동성스님의 작품세계
미술평론가 / 신 항 섭
동성스님의 선화(禪畵)는 그림 이전에 서예로써 붓을 다루는데 이미 일정한 격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림의 형상이 견고하고 튼튼한 뼈대가 박힌 필선을 구사하고 있다. 그래서 스님의 달마상은 마치 금강석처럼 단단하다. 정신적인 자유로움을 구가하는 선화의 맛을 어디에서 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도무지 허튼 구석이 없다. 사실 달마상은 거의 정형화되어 있다. 부리부리한 두 눈과 벗겨진 머리,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가볍게 걸친 가사와 주장자 등으로 상징되는 것이 달마의 모습이다.

그래서 창의적인 달마의 모습을 그린다는 사실 자체가 어쩌면 선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깨달음의 구도행위일지도 모른다.

동성스님은 전통적인 정통성을 의식한 정형성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형태의 달마를 재창조하고 있다. 정신성의 응결과 심화를 통해 선화로서 진면목을 일깨우려 한다. 그러다 보니 스님만의 성정(性情)에 의해 재해석 된, 단아하면서도 강직하며 동시에 너그러운 형태의 달마상이 자리잡게 되었다.

동일한 형상을 지속적으로 형용한 손의 감각으로 문득 붓에 묵을 찍어 들면 거침없이 스님만의 달마 형상으로 내닫는다. 이로써 선화가 갖춰야 할 그림의 심지가 마치 오랜 수행과정에서 사리가 맺히듯이 오롯하게 응결되고 있다. 이러한 동성스님의 달마도는 시대 및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2002 한?일 월드컵'에 동참하고 있는 까닭이다. 즉 달마가 축구공과 함께 하는 모습은 스님이 달마의 사상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달마가 인도에서 수륙만리를 건너와 불법을 전했듯이 세계가 주목하는 월드컵을 계기로 불법을 널리 전하려는 것이다. 스님이 ‘축구공과 함께하는 달마‘를 그리는 마음자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달마의 축구공은 스포츠의 도구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선다. 공은 그 형태만으로 볼 때 이 세상에서 완벽한 형태이다. 지구를 비롯해 은하계의 온갖 별들이 모두 공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즉 공은 원형이고 원은 구체(球體)의 상징이다. 불가에서는 깨달음의 한 징표를 원으로 나타낸다.
불상의 광배가 원형인 것은 깨달은 자의 상징적인 표현이다. 따라서 공의 형태인 구체나 원은 완전한 것, 즉 견성성불(見性成佛)이다.

공을 차는 달마! 공과 함께하는 달마! 이 얼마나 기막힌 불법의 전파방식인가.

2002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