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가 공을 든 까닭은
고려대, 물리학 / 양 형 진
동성스님이 이번에 내 보이는 공(空-球)을 든 달마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교의 근본교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불교의 연기론(緣起論)은 법계의 모든 것이 인연의 모임에 따라 생성되고 인연의 흩어짐에 따라 소멸된다는 것을 밝혀준다. 즉 세상에 모든 것은 인연이 모이면 홀연히 나타나고 이 인연이 흩어지면 홀연히 사라질 뿐, 변치 않는 자성(自性)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이처럼 오직 연기에 의해서만 나타나므로 일체개공(一切皆空)이다.

하나의 축구공도 여러 요소가 모이는 인연으로 형성된 것이다. 둥근 물건을 생산하고, 경기장을 건설하며, 선수단을 구성하고, 경기규칙을 정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축구라는 개념과 명칭이 생겨나고, 우리는 마침내 축구라는 경기를 하게 된다. 이와 같은 무수한 인연이 없다
면 그런 둥근 물건을 만들어내지도 않았겠지만, 설령 그런 둥근 물건을 만들어 냈다해도 그것을 축구공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축구공도 무수한 인연에 의해서 나에게 나타날 뿐 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다른 모든 것이 그러하듯 축구공도 오직 연기이고 공(空)일 뿐이다. 그래서 연기에 의해 나타나는 하나의 축구공으로 일체만유의 근본자리인 공을 보이는 것이 동성스님의 작품의도일 것이다. 이 공을 인연으로 일체중생이 환희심을 갖고, 법계가 온통 공의 축제를 이뤘으면 한다.

2002년 1월